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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명작 환상특급(A Traveler, 줄거리, 해설)

by 아더사이드 2025. 7. 11.

조던 필이 제작한 ‘환상특급’ 리부트 시리즈 중 "A Traveler"는 단순한 SF 이야기를 넘어서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알래스카 시골 마을의 조용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남자, 그리고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지죠. 처음엔 별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지만, 끝나고 나면 머릿속이 좀 복잡해집니다.

낯익지만 낯선 이야기, 환상특급의 분위기

"A Traveler"는 '환상특급'이라는 이름에 딱 맞는 분위기를 갖고 있어요. 익숙한 배경과 상황인데, 어딘가 계속 불편하고 뭔가 이상합니다. 눈 덮인 마을, 작은 경찰서, 훈훈한 연말 파티. 여기까진 따뜻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분위기가 뒤틀립니다. 정체불명의 남자가 감방에 들어앉아 사람들 이야기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순간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확 오죠.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별다른 폭력이나 액션 없이도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배경은 단순하고 대사도 많지 않지만, 그 사이사이 눈빛, 말투, 공기의 흐름 같은 게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겨요. 그리고 어느 순간엔 나도 모르게 ‘내가 믿고 있는 게 진짜일까?’라는 생각이 들죠. 이게 바로 환상특급이 가진 힘인 것 같습니다. 옛날 시리즈의 향수도 있으면서, 지금 시대에도 딱 맞는 방식으로 ‘기분 나쁘게’ 잘 만들어졌어요.

줄거리보다 중요한 건 분위기

줄거리만 보면 단순합니다. 경찰서장이 깜짝 이벤트로 한 명을 체포해서 파티에서 발표하려는데, 그 감옥 안에 있던 ‘여행자’라는 남자가 스스로 잡혀 들어온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남자가 하나둘 사람들의 비밀을 꺼내면서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다들 그를 의심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가 말하는 걸 믿게 되죠. 결국 이 인물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며, 마지막엔 이 마을 전체가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 에피소드의 재미는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보다도, 점점 이상해지는 분위기와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에 있어요. 특히 경찰서장과 여성 보안관의 갈등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오는데, 현실에서도 누가 옳은지, 누가 거짓말하는지 애매할 때 많잖아요. 이 작품은 그 감정을 잘 잡아냅니다. 사실을 알고 싶어 하면서도,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의 모습이 굉장히 현실적이에요. 그리고 이 이야기엔 ‘결론’ 같은 게 없어요. 뭔가 정리되지 않은 채로 끝나는데,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캐릭터와 대사에 숨겨진 감정

A Traveler가 흥미로운 건, 전통적인 SF나 미스터리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작품은 정답을 줍니다. “이 사람은 외계인이었고, 이러이러한 목적이 있었다” 식으로요. 그런데 여기선 그런 게 없습니다. 트래블러가 외계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그냥 ‘믿음’을 흔들어 놓고 끝이 납니다. 그의 대사 하나하나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짜여 있고, 듣는 사람의 심리를 정확히 찌릅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겠지요?" 같은 말들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상대방이 이미 느끼고 있던 불안감을 확인시켜주는 트리거처럼 작용하죠. 여성 보안관은 유일하게 그를 의심하면서 끝까지 버티는 인물인데, 그 안에서도 내면의 갈등이 느껴집니다. ‘혹시 내가 틀린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 그게 이 드라마의 핵심이에요. 결국, 사람은 진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걸 선택한다는 것. 트래블러는 그 약점을 정확히 파고드는 캐릭터죠.

"A Traveler"는 화려하거나 큰 스케일의 SF는 아닙니다. 오히려 굉장히 단조롭고 조용한 작품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믿음’과 ‘진실’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무겁고 날카롭습니다. 볼 때는 불편하고, 보고 나면 계속 곱씹게 되는 그런 에피소드예요. 환상특급이 왜 아직도 리메이크되고 사랑받는지, 이 한 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면, 끝나고 나서 생각이 많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