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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총기문제를 드라마로 (The Blue Scorpion, 환상특급, 리뷰)

by 아더사이드 2025. 7. 13.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 리부트 시즌의 “The Blue Scorpion”은 말 그대로 ‘총’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단순한 총이 아니라, 사람을 끌어당기고, 무너뜨리고, 결국 쏘게 만드는 총이다. 이야기는 기묘하게 진행되지만, 끝까지 따라가 보면 총기에 집착하는 사회그걸 방관하는 개인의 초상을 그대로 들이민다. 이건 그저 공포물이 아니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약간만 비틀어 보여준 이야기다.

죽음을 남긴 총, 그리고 이름이 새겨진 탄환

시작은 장례식이다. 주인공 제프는 아버지의 자살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옆엔 “The Blue Scorpion”이라는 아름답게 디자인된 권총이 놓여 있다. 총알에는 ‘제프’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여기서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된다. 이 총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쏘게 만든다’. 제프는 이 총을 갖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점점 그것에 끌린다. 이 총을 사람들이 탐내고, 누군가는 사겠다고 들이대고, 그럴수록 제프는 더 움켜쥔다. 총기가 사람을 지배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처음엔 ‘방어’ 차원이었지만, 갈수록 이 총이 삶의 중심이 된다. 그리고 결국엔… 그 총을 ‘쏴야 할 이유’가 만들어진다. 이 장면들이 무섭다기보다 기괴하고 현실적이다. 총이 있는 집, 총을 가진 사람, 그 총을 의식하며 사는 하루. 미국에서는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총은 누굴 겨눌까 – 사회와 개인이 만들어낸 공포

이 작품은 미국의 총기 문제를 은근히, 하지만 정면으로 다룬다. 총을 가지면 든든할 것 같지만, 실은 그 총이 불안을 만든다. 총을 쥐는 순간 사람은 바뀌고, 상황은 왜곡되고, 결국 선택하게 된다. 쏠 것인가, 그냥 둘 것인가.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의 끝에는 항상 정당화된 폭력이 기다린다. 드라마는 이런 감정을 너무 교묘하게 보여준다. 제프는 총을 싫어하면서도 사랑하게 되고, 경계하면서도 자랑한다. 끝엔 총이 그를 보호해준 것처럼 그려지지만, 사실은 그 총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는 게 더 맞는 해석이다. 총기 찬반을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총기 소유가 일상을 어떻게 바꿔버리는지’에 대한 풍자는 분명하다. 가진 자, 불안한 자, 복수심 있는 자, 모두가 총을 쥐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아주 간단한 스토리로 보여준다.

총은 문제 해결 도구가 아니다 – 그게 문제다

가장 씁쓸한 건, 이 드라마가 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결말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건 의도적이다. 일부러 그렇게 구성했다. 총을 쏴서 위협을 제거하고, 삶이 평화로워지는 엔딩. 그게 얼마나 위험한 환상인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제프는 총을 물에 던진다. 이제 자유로워졌다는 듯이.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이게 해방이 아니라, 이미 총에게 지배당한 인간이 허망하게 놓아주는 연기처럼 느껴진다. 진짜 공포는 그가 총 없이 살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없다는 거다. 한 번 손에 쥔 무기, 한 번 마음을 지배한 존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건 ‘파란 전갈’이라는 기괴한 총 하나로 다 설명된다. 그 총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미국 사회가 총에 대해 갖고 있는 로망과 공포를 상징한다. 예쁘고 비싸고, 소유욕을 자극하고, 궁극적 보호수단 같지만, 결국 가장 위험한 존재.

“The Blue Scorpion”은 환상특급 중에서 분위기가 가장 ‘현실과 맞닿은’ 에피소드 중 하나다. SF나 공포보다는 풍자와 불편함에 가까운 작품이다. 총을 가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게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극단적 설정 없이도 아주 잘 보여준다. 지금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총기 난사, 총기 소유 논쟁을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꽤 직설적인 이야기다. 무섭지 않지만 불쾌하고, 환상 같지만 현실이다. 그게 이 에피소드의 진짜 공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