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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 S4 E2 ‘Arkangel’(아크엔젤) - 과잉 보호가 아이를 망치는 과정

by 아더사이드 2025. 6. 30.

요즘 들어 'Arkangel'(아크엔젤) 생각이 머릿속에서 자꾸 맴돌아요. 이 에피소드 본 날, 비가 자박자박 내리던 밤이었고, 창문 밖 풍경이 계속 나지막이 흐렸죠. 노트북 화면에 사라와 마리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마다 심장이 쿵쿵 뛰었어요. 마리가 딸을 잃을까 걱정하며 뛰쳐나가는 첫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거든요.

줄거리: 공원, 불안, 아크엔젤 그리고 그 이후

이야기는 아주 평범한 공원에서 시작해요. 갑자기 사라가 시야에서 사라질 뻔한 찰나, 마리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정신을 놓을 것 같은 표정을 짓죠. 그 공포를 보면서 "아, 나도 그 순간 그렇게 울컥했을 거야" 하고 잠시 제 심정도 흔들리더라고요. 그 사건이 마리를 아크엔젤 시스템으로 끌어들인 계기였어요. 일종의 첨단 칩을 뇌에 이식해 아이의 시야, 음성, 위치, 건강 수치까지 전부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 누가 봐도 무섭고, 또 한편으론 '이거면 안전할까?' 싶게 만들어 과학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주었죠.

이식 후 마리는 태블릿으로 사라의 눈과 귀를 실시간으로 보게 되고, 심박수나 위치 정보도 숫자로 찍히는 화면이 펼쳐지죠. 그런 화면을 보며 “흠, 지금 사라가 도서관? 감정 수치는 정상?”하고 메모장처럼 확인하는 마리에게선 ‘엄마’라기보단 ‘관리자’ 같은 뉘앙스가 느껴졌어요. 그러다 어느 날, 마리가 특별히 ‘필터 기능’을 켜게 돼요. 폭력적인 장면은 흐릿하게, 시끄러운 개 짖는 소리는 “(소리 필터링됨)”으로 뜨고, 피라도 튀면 화면은 순식간에 흐리멍덩해지죠. 화면 속 사라는 당혹스러워 보이는데, 그 당혹감은 보는 우리한테도 전해졌어요. 감각 없이 일그러진 세상을 그녀는 반복해서 경험해야만 했으니까요.

어느덧 사라는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로 진학하고, 어느새 사춘기에 접어들며 자신만의 공간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 시절... 다들 알죠, 비밀 일기장 하나쯤은 있었고, 몰래 혼자 거울 보고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고, 친구들과 몰래 몰린 공간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나눠 먹으며 별 것도 아닌 것에 눈물이 왈칵이던 시절 말이에요. 그런데 에피소드 속 사라는 그런 것들을 전부 태블릿 뒤에서 마리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러다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요. 사라가 친구 집에서 남자아이와 우연히 성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영상은 태블릿에 고스란히 남습니다. 마리는 버튼 하나로 그 화면을 일시 정지해버려요. "STOP"이라는 문구가 떠 있는 태블릿을 보며, 마리가 속으로 "이건 너무 지나쳤어" 하고 후회했지만 나중엔 이미 늦었죠.

사라에게 그 사실이 들키는 순간, 태블릿엔 그대로 남아있던 'STOP' 표시. 사라는 분노에 사로잡혀 태블릿을 던지고 마리를 밀쳐낸 뒤 집을 떠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죠. 마리는 현관 앞에서 "사라아..." 하고 울부짖지만, 사라에겐 그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감정의 파도: 나도 모르게 들여다보게 되는 스스로

이 에피소드를 다시 보면서 느낀 건 ‘기술의 발전=안전’이라는 공식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였어요. 태블릿으로 모든 걸 아는 듯했지만, 정작 이해는 못 했던 마리. 그리고 자유를 박탈당한 채 형체만 어른이 된 사라. 인간은 자기가 원하는 걸 너무 과하게 갖고 싶어 하니까요.

저도 ‘아이 위치 추적 앱’은 쓰면서,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싶을 때가 많아요. 기술을 통하면 감정까지 정리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뒤죽박죽일 때도 많거든요. 그 감정의 생채기 같은 순간들이 아크엔젤 속에서 되살아났어요.

느슨한 질문들, 딱딱한 해답은 없다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엄마에서 감시자가 되는 걸까요? 사랑이 통제로 바뀌는 그 경계가 얼마나 희미하고, 또 얼마나 무서운지. 아크엔젤은 그걸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줘요. 명쾌한 답도 없고, 심지어 결말도 흐릿해요. 그 모호함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었죠.

우리는 늘 기술과 감정을 함께 써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거 좀 과한 거 아냐?” 하는 찜찜함이 생기고, 그걸 외면하면 후회로 이어지기도 해요. 이 에피소드는 그런 내면의 찰나를 정면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놓아주는 용기

‘Arkangel'(아크엔젤)은 단순히 기술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인간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예요. 결국 “사랑한다는 마음이 진짜 사랑의 방식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때론 놓아야 진짜 자유가 생긴다”는 메시지를 남기죠.

정답은 없어요. 저도 아직 헤매고 있어요. 다만, 그런 고민을 꺼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에피소드는 꽤 용기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글은 좀 길고 여기저기 흩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제 머릿속 흐름대로 써봤어요. 메모하듯 끄적인 문장들 속에서 여러분도 한두 장면쯤 떠오르셨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여러분 생각도 댓글로 꼭 들려주세요. 😊

아크엔젤
ark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