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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 S4 E3: ‘Crocodile’(크로커다일) – 기술 발달이 감정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

by 아더사이드 2025. 6. 30.

과거는 지울 수 없고, 기억은 침묵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기억에 내가 남아 있다면, 그건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

안녕하세요, 블랙미러 마니아 여러분. 오늘은 심장을 서서히 조이는 긴장감과 감정적 냉기를 동시에 안겨주는 에피소드, "크로커다일(Crocodile)"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이건 그냥 ‘누군가가 무너지는 이야기’로 보기엔 너무 복합적이고도 서글펐습니다. 이건 기억이라는 테마가 얼마나 날카롭고 차가운 칼날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블랙미러다운 에피소드였죠. 감정적으로 매우 복잡했던 날, 이걸 보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나요. 함께 그 잔혹하고 슬픈 여정을 돌아보죠.

기억에서 시작된 악몽

모든 것은 하나의 비밀로 시작됩니다. 미아와 롭, 두 청춘은 과거 어느 밤 술에 취해 운전을 하다가 자전거를 타던 남자를 치는 사고를 내게 됩니다. 공포에 질린 두 사람은 시신을 산에 숨기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죠. 그로부터 수년 후, 미아는 성공한 건축 디자이너로 잘 나가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날 밤의 기억은 여전히 그녀 안에 잠재해 있습니다.

하지만 평온해 보이던 삶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롭이 미아를 찾아와, 당시 사고에 대해 익명 고백을 하고 싶다고 말하죠. 보험회사에 익명으로 진실을 밝히겠다는 거예요.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미아에겐 이 고백이 모든 걸 파멸시킬 불씨가 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격해지고, 결국 미아는 롭을 살해합니다. 어둠은 다시 시작됩니다.

사고, 은폐, 그리고 재등장

미아는 롭을 처리한 후에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호텔에서 나오는 그녀의 모습은 우연히 거리에서 사고를 당한 자율배달 로봇의 처리 과정을 목격하는 행인들에게 노출되고, 보험 조사원이 그 현장을 추적하게 되죠. 이 조사원이 사용하는 건 ‘기억 추출기’라는 장치인데, 사고 관련자의 시각적 기억을 불러내어 실제 사건을 복원해내는 기술입니다. 굉장히 디스토피아적인 설정이지만, 이 세계에선 아주 일반적인 절차처럼 묘사되죠.

시간 기억 추적 대상 결과
호텔 앞 행인 사라진 남성 목격 미아의 존재 확인
보험 조사원 사고 현장 목격자 미아에게 접촉 시작

기억 추출 기술의 어두운 면

보험 조사원인 샤지야는 사고 목격자들의 기억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섭니다. 그녀는 집요하고 성실하지만, 그 기술의 결과가 가져올 후폭풍을 예측하지 못했죠. 미아에게 닥친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그녀는 더 큰 결정을 내립니다—샤지야까지도 제거하기로 한 거죠. 이때부터 미아의 행동은 본능이 아닌, 철저한 두려움과 연쇄적 판단의 결과물처럼 보입니다.

  • 기억을 도구로 삼을 수 있는 기술은 무죄의 경계조차 지워버립니다.
  • 진실은 선의보다 먼저 드러나며, 그것은 곧 위협이 됩니다.
  • 기억이 남는 한, 죄는 잊히지 않습니다.

미아는 결국 샤지야를 죽이고, 그녀가 가진 기억 추출 장치를 회수합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장면은 그 뒤에 등장하죠—샤지야가 집에 남긴 시각 장애 아들이 있었던 겁니다. 시각적 기억이 없다고 안심한 미아. 그러나...

미아의 추락과 인간의 본성

여기서부터는 진짜 피로 얼룩진 지옥도예요. 미아는 샤지야의 남편과 시각장애 아들까지 죽입니다. 특히 아이의 기억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은 너무나 계산적인, 잔인한 착각이었죠. 그런데... 그 아이가 키우던 애완동물, 기니피그가 있었습니다. 기니피그에게도 ‘시각 기억 기록 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던 겁니다. 충격이었어요. 동물마저도 감시의 매개체가 되는 이 세계에선, 정말 아무도, 아무 것도 자유롭지 못하단 걸 보여주죠.

에피소드의 마지막은 미아가 학교 행사에서 눈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아이의 연극 무대에서, 그녀는 노래하다 말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 장면을 보며, ‘죄책감의 무게’란 게 정말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괴물로 변한 사람이 아니라, 죄책감에 깔려버린 한 인간의 몰락. 그게 미아였습니다.

상징, 윤리, 그리고 ‘악의 평범함’

요소 상징적 의미
기억 추출기 프라이버시의 종말, 인간 정신의 상품화
기니피그 감시의 전면화, 자연의 무고함조차 정보로 변환됨
학교 무대의 눈물 죄책감, 인간성의 잔재, 악의 감정화

마지막 성찰: 기억은 구원을 줄까, 심판일까?

‘크로커다일’은 질문을 던집니다—우리는 기억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기억이 사실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진실을 말해주진 않습니다. 기술이 기억을 파고들수록, 인간은 오히려 더 추악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감옥일지도 모릅니다.
  • 우리는 과연, 잊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일까요?
  • 기술이 정의를 완성해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악을 태어나게 할까요?

비극의 여운과 묵직한 질문들

‘크로커다일’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단연 미아가 시각장애 아이조차 위협 요소로 판단하고 제거하는 순간이었다. 더욱 소름 끼쳤던 건, 정작 결정적 단서는 그 아이가 키우던 기니피그의 눈이었다는 점이다. 이 세계에선 인간도, 동물도, 그 무엇도 감시의 사각지대에 존재하지 않는다. 작은 눈 하나로 진실이 밝혀지는 세상,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기억 추출 기술이 이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장치로 등장하지만, 그 기술이 곧 정의나 진실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기억은 쉽게 왜곡되고, 개인의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현실에 이런 기술이 생긴다면 오히려 무고한 사람이 희생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인간의 기억은 언제나 완전하지 않으니까.

미아의 선택은 참으로 복잡하다. 처음엔 공감하려 했다. 누군가가 오래된 과거를 들춰내겠다고 찾아왔을 때의 두려움, 그리고 무너질 현재를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 하지만 그 두려움은 결국 연쇄적인 살인으로 이어졌고, 그 끝은 인간성의 붕괴였다. 미아가 울면서 부른 노래는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악어의 눈물’처럼, 죄책감을 가장한 자기 방어였을까?

이 에피소드의 제목 ‘크로커다일’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악어의 눈물’이라는 표현은 거짓 감정이나 위선적인 반응을 상징한다. 미아의 눈물이 위선인지, 진심인지 끝내 판단하기 어렵다. 어쩌면 그 둘 모두였을지도 모른다. 감정이란 원래 모순적이고, 인간이란 원래 복잡하니까.

기억이라는 기술은 본래 진실을 밝혀주는 도구지만, ‘크로커다일’에선 오히려 인간을 더욱 깊은 범죄로 몰아가는 트리거가 된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기억’이 반드시 정의를 의미하지 않음을, 때론 가장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게 만들 수 있음을 배운다. 진실이란 빛이 항상 정답은 아닐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크로커다일' 리뷰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한동안은 ‘기억’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왔어요. 잊고 싶은 일일수록 왜 자꾸 떠오르는 걸까요? 미아처럼 우리도 종종 도망치고, 숨기고, 때로는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살아가죠.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참 복잡하고 애틋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이 에피소드를 어떻게 보셨나요? 기술이 정말 진실을 위한 걸까요, 아니면 또 다른 감옥일까요? 댓글에서 여러분 생각을 듣고 싶어요. 함께 이야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