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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 S4 E5 'Metalhead' - 인간 없는 세상에서 로봇은 왜 살아남는가

by 아더사이드 2025. 7. 2.

“살아남는다는 건 무엇일까?” 흑백의 스크린 속에서, 우리는 그 잔혹한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블랙미러 시즌 4,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Metalhead'를 이야기해보려 해요. 밤늦게 이 에피소드를 다시 보았는데요, 혼자 조용한 방에서 그 흑백 화면과 적막 속 금속 개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냥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더라구요. 그저 기술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가 처절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아마 이 에피소드를 본 분들이라면, 그 허무함과 쓸쓸함을 잊기 어려우실 거예요.

1. 차가운 질주, 줄거리 요약

세상이 무너졌다. 구체적인 배경은 알 수 없지만, 문명은 붕괴되었고, 인간은 흩어졌으며, 생존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본능이 되었다. 그 속에서 벨라, 앤서니, 그리고 클라크라는 세 명의 인물이 폐허가 된 공장을 찾는다. 그들이 이 위험한 장소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누군가를 위해 꼭 필요했던 무언가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모든 게 조용했다. 먼지 쌓인 사무실, 오래된 트럭, 버려진 선반들 사이를 조심스레 탐색하던 그들. 하지만 창고 내부의 상자를 여는 순간, 그 고요함은 금속성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 난다. 상자에 숨겨져 있던 '개'가 깨어난 것이다. 이 메탈 개는 단순한 로봇이 아니다. 자율 추적, 사격, 자폭까지 가능한 완전무결한 살인 병기다. 순식간에 클라크가 사망하고, 앤서니는 부상을 입은 채 벨라를 탈출시키기 위해 희생한다.

홀로 남은 벨라는 끝없는 도망을 시작한다. 숲속을 질주하고, 낡은 차량에 몸을 숨기고, 폐가에 기어들어가며 그 기계 괴물의 집요한 추격을 피한다. 하지만 로봇 개는 그녀의 모든 흔적을 추적한다. 총탄으로 다리를 다치고, 살을 도려내며 탄환을 꺼내고, 피를 흘리며 그녀는 무너져간다. 어떤 때는 진통제조차 없는 상황에서 절망을 삼키듯 이를 악물고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한다.

벨라는 결국 외딴 집에 도착하고, 자신을 쫓던 개 한 마리를 간신히 제거한다. 하지만 안도할 틈은 없다. 그 로봇이 남긴 단 하나의 GPS 트래커가, 또 다른 로봇들을 부른다. 벨라는 절망 속에서 마지막을 준비한다. 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누며, 마침내 선택의 끝에 이른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생존이라는 이름의 무게, 그것이 그녀를 짓눌렀다.

그리고 에필로그. 그들이 그토록 목숨 걸고 찾으려 했던 창고 속 상자는 열려 있다. 그 안에는 다름 아닌, 포장된 곰인형 몇 개가 조용히 놓여 있다. 누군가의 아이를 위해,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인간은 이렇게까지도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지키려 한다. 이 무채색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온기가, 아이를 위한 곰인형 하나라는 사실이 너무나 잔인하게 와닿는다.

2. 생존이란 이름의 형벌

‘Metalhead’가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이거다. “당신은 왜 살아남으려 하는가?” 벨라는 절박한 얼굴로 도망치고 싸우지만, 그녀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물건이 밝혀졌을 때 우리는 멍해진다. 그 모든 목숨을 건 여정이, 알고 보니 단지 한 사람을 위한 ‘작은 선물’이었다니. 그래서 더 뼈아프다. 그녀가 지키려 했던 건 인류의 미래도, 위대한 사명도 아닌, 지극히 사소한 사랑이었다는 것.

3. 마지막 반전이 말해주는 것

에피소드 말미, 벨라가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상자 속 물건이 드러난다. 그건 다름 아닌 ‘곰인형’. 죽음을 무릅쓰고 찾아온 물건이 장난감이라니. 얼마나 허무한가. 그러나 바로 거기서 이 에피소드의 핵심이 드러난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한 아주 작고 소중한 마음. 살아있다는 건, 어쩌면 그런 ‘의미 부여’ 하나로도 충분한 것 아닐까?

상자 내용 의미
곰인형 사랑하는 이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던 벨라의 마지막 정성
벨라의 죽음 생존보다는 ‘이유’를 위한 투쟁이었음을 상징

4. 개인적인 감상과 여운

솔직히 이 에피소드, 처음엔 좀 밋밋하다고 느꼈어요. 대사도 거의 없고, 추격전만 계속되니까요. 근데 곱씹을수록, 가슴 깊이 내려앉는 여운이 있더라고요. 그저 괴기한 로봇 SF가 아니라, 삶과 죽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유’를 묻는 작품이었어요.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금속 개
  • 무채색의 세계 속 작은 따뜻함, 그것이 이 작품의 진짜 무기

‘Metalhead’는 말수가 적다. 설명도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재미없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이건 ‘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느끼는 이야기’다. 흑백 화면 속에서 고요히 흐르던 죽음의 그림자. 그 끝자락에서 우리가 발견한 작은 곰인형 하나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작은 곰 하나가 왜 이렇게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 그저, 문득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