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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 S4 E6 ‘Black Museum’: 고통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시대

by 아더사이드 2025. 7. 2.

타인의 고통이 박제된 박물관. 우리는 그것을 감상하며, 희열을 느낀다. 너무도 익숙하게.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블랙미러 시즌 4의 마지막 에피소드, ‘Black Museum’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머릿속이 먹먹했고, 불쾌한 여운이 목 뒤를 쓸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달까요. 특히 ‘고통을 소비하는 시대’라는 주제가 너무도 노골적이고, 현실과 맞닿아 있어 소름이 돋을 정도였죠. 그럼 이제, 그 찝찝한 여운의 시작으로 함께 들어가보겠습니다.

1. 박물관으로 들어온 한 여성

햇살이 내리쬐는 모래바람 가득한 사막 위. 전자차 한 대가 고요히 미끄러지듯 도로를 지나간다. 그 차에서 내린 젊은 여성, 니시는 병든 아버지를 면회하러 가는 길이라고 말하며 한 외딴 건물에 도착한다. 그 건물은 ‘Black Museum’이라 불리는 괴상한 공간이다. 겉보기엔 낡은 관광지 같지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공기는 바짝 마르고, 어딘가 기괴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박물관의 주인 롤란 헤인은 낯선 방문객을 반기며 자신만의 자랑거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는 전직 의학기술 연구자이자 뉴로기술 중개자로, 한때 사람의 뇌파와 의식을 다루는 실험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의 이력은 실로 놀랍지만, 동시에 의심을 품게 만들기도 한다. 그는 니시에게 "이곳에 전시된 모든 물건은 실제 사건의 유물"이라고 말한다. 즉, 하나하나가 사람의 고통, 비극, 그리고 범죄의 잔재라는 것이다.

이윽고 투어가 시작된다. 니시는 박물관 안을 따라가며 그와 대화를 이어가고, 롤란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세 가지 전시물에 얽힌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니시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비춘다. 그녀는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다. 그녀의 눈빛은 복잡하고, 어딘가 날카롭다. 박물관에 들어선 순간부터, 니시는 롤란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녀는 박물관의 모든 세부에 집중하며 관찰한다. 의심스러운 장비들, 피 묻은 전선, 기괴한 인형, 희미하게 깜빡이는 뇌파 모니터. 그 전시물 하나하나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붙어 있었고, 고통의 기억이 얽혀 있었다. 롤란은 마치 그것들을 ‘업적’처럼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니시는 그런 그를 따라가며 조용히 물을 마시고,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대화는 점점 더 불편해지고, 어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이 에피소드의 첫 15분은 그야말로 조용한 심리전이다. 한 사람은 죄책감 없는 전시 해설자고, 다른 한 사람은 차분한 얼굴 아래 분노를 감추고 있는 피해자의 자식이다. 그러나 이 진실은 끝까지 숨겨진 채, 이야기는 다음 단계인 ‘전시된 고통의 세 가지 에피소드’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끝난 후, 마침내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고, 복수극의 막이 오른다.

2. 세 개의 고통 이야기

박물관을 둘러보며 롤란은 세 가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 번째는 고통을 느끼는 장치를 이식받은 의사 이야기. 그는 점점 더 자극적인 고통을 찾아 헤매다 스스로 괴물이 된다. 두 번째는 죽은 아내의 의식을 장난감 원숭이에 이식한 남편의 비극. 아내의 자아는 점점 감옥이 되고, 결국 그는 버튼 하나로 그녀를 '음소거'해버린다.

에피소드 핵심 테마
고통 중독 의사 타인의 고통을 느끼며 쾌락을 찾다 파멸
아내의 의식 이식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감정의 독점

3. 고통, 그 자체가 오락인 시대

세 번째 이야기에서 그 진짜 공포가 드러난다. 사형수의 의식이 디지털 형태로 박제되어, 관람객들이 버튼을 눌러 고통을 주며 즐기는 ‘쇼’가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멈칫하게 된다. 저건 과연 픽션일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실제 범죄 사건이나 피해자의 고통을 기사로, 유튜브 썸네일로, SNS 밈으로 소비하고 있다. 누군가의 절규가 우리의 엔터테인먼트가 된 세상. 블랙뮤지엄은 바로 그 거울이었다.

  • 고통을 느끼는 것보다, 구경하는 쾌락이 더 컸다
  • 인간의 잔혹성은 클릭 한 번으로 정당화되었다

4. 반전의 순간, 복수는 어떻게 완성되었나

에피소드의 중반을 넘어서며, 이야기는 완전히 뒤집힌다. 사실 니시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그 박제된 사형수의 딸이었고, 롤란이 저지른 비인간적 행위의 대가를 묻기 위해 박물관에 들어온 것이다. 그녀는 롤란을 속여 그의 정신을 캡슐화하고, 그 역시 전시품으로 만들어버린다. 지금껏 수많은 관람객이 타인의 고통을 누르며 웃었다면, 이제 롤란이 그 대상이 된 것이다.

5. 이 모든 건 누구의 이야기였을까

결국 'Black Museum'은 단순히 픽션 속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이건 우리 이야기다. 우리가 뉴스에서, 인터넷에서, 유튜브에서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그 모든 비극과 고통들. 그것들을 '이야기'로, '소비재'로 가공해 감상하고 있는 우리 자신이야말로 블랙미러가 비추는 진짜 대상이었다. 니시는 어쩌면 시청자의 양심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보여준 복수는 단지 롤란에게가 아니라, 이 시스템 전체에 대한 통렬한 반격이었다.

전시 대상 은유하는 대상
사형수의 의식 범죄 다큐/사건 소비문화
의사의 중독 실험 자극 중심의 미디어 탐닉

6. 개인적인 감상: 시청자가 괴물이 되는 순간

이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즐겁게 본 다른 이야기들은 과연 얼마나 잔인한 감정을 기반으로 했을까?”였다. 우리가 좋아하는 스릴, 공포, 반전의 대부분이 사실은 누군가의 고통 위에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어쩌면 ‘Black Museum’은 블랙미러 시리즈 전체를 하나의 박물관처럼 엮는 메타적 장치였는지도 모르겠다.

  • 이 이야기는 단순한 픽션이 아니다. 우리의 자화상이다.
  • 고통을 구경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Black Museum’을 보고 난 뒤, 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 타인의 고통을 당연하게 소비했는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그건 뉴스일 수도 있고, 드라마일 수도 있고, SNS 피드에 떠도는 영상 한 편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점점 더 자극을 원하고, 더 많은 감정을 요구하죠. 하지만 그 감정의 배경엔 항상 누군가의 진짜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블랙미러는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우리 마음속의 어두운 거울을 들이대며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당신은 진짜 괜찮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