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꿈과 팝스타의 가면이 부딪힐 때”
1. 외로운 소녀, 친구가 되어준 건 ‘인형’이었다
고등학생 레이첼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이다. 아빠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 연구에만 빠져 있고, 언니 잭은 무뚝뚝한 성격으로 동생에게 별 관심이 없다. 학교에서도 친구가 많지 않은 그녀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건 팝스타 ‘애슐리 O’였다.
애슐리 O는 요즘 최고로 핫한 댄스 팝 가수. 자존감과 자기 확신을 노래하고, 당당한 태도로 소녀팬들의 우상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의 인공지능 인형이 출시된다. 이름도 ‘Ashley Too’. 애슐리 O의 말투, 표정, 목소리, 감정까지 구현된 고급형 AI 장난감이다.
레이첼은 아빠 몰래 인형을 산다. 그리고 그날부터 인형 Ashley Too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레이첼의 유일한 친구이자 멘토가 된다. “너는 특별해”, “당당해져야 해”, “춤을 춰봐!”라는 긍정적인 말들을 해주는 AI. 외로운 소녀는 점점 그것에 의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 인형이 ‘정말 애슐리 O’인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2. 반짝이는 무대 뒤, 진짜 애슐리는 갇혀 있었다
동시에, TV 속에서 항상 웃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던 ‘진짜’ 애슐리 O의 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녀는 레이블 회사에 철저히 통제된 존재였다. 작사·작곡도 마음대로 못 하고, 식사부터 의상, 인터뷰까지 모두 매니지먼트가 정한 대본대로 따라야 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그녀의 이모 ‘캐서린’이었다. 애슐리의 유일한 보호자인 이모는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수면제를 먹이고 꿈속에서 나온 멜로디를 AI로 뽑아내어 음악으로 가공하고 있었다.
결국 애슐리는 무대 위의 팝스타가 아닌, 기술과 자본에 의해 조종되는 ‘브랜드’였다.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기업이 만든 디지털 상품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3. 인형의 고장, 거짓의 균열
인형 Ashley Too는 점점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레이첼이 무대 위 애슐리를 닮기 위해 춤을 연습하고 화장을 하자, 인형은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스스로 말문을 닫는다.
그러다 어느 날, 뉴스에서 애슐리가 약물 중독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와 동시에 Ashley Too도 멈춰버린다. 마치 ‘원본’이 죽으면 ‘복제품’도 멈추는 듯한 현상.
이제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인형 속에는 진짜 애슐리의 의식 일부가 담겨 있었고, 그 감정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놀란 잭과 레이첼은 인형을 해킹해 기능 제한을 풀고, 완전한 의식을 되살려낸다. 인형 안의 Ashley Too는 소리친다. “내가 여기 왜 갇혀 있었는지 알아?! 난... 나였어.”
4. 세 자매의 모험, 구출 작전이 시작되다
이후 전개는 이례적으로 빠르고 다이내믹하다. 세 명의 주인공 — 언니 잭, 동생 레이첼, 그리고 인형 Ashley Too — 는 애슐리 O의 집으로 향한다. 그녀의 뇌파를 억제하는 의료장치를 끄고, 깨어난 애슐리를 탈출시킨다.
이 장면들은 블랙미러에서 보기 드물게 유쾌하다. 마치 십대 소녀들의 영화 같은 톤으로 진행되며, 모험과 우정, 정의 실현이 중심이 된다. 애슐리는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묻는다. “내 노트북은 어딨어?” —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다.
결국 그녀는 직접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강요받던 ‘애슐리 O’의 이미지가 아닌, 본래의 자신을 드러낸다. 락 스타일의 분노 섞인 음악을 부르며 새로운 정체성을 선언한다.
5. 소녀들의 성장, 가짜로부터 벗어나는 시간
레이첼은 애슐리 Too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다. 언니 잭은 동생과 마음을 열고 가족으로서 다시 가까워진다. 그리고 애슐리는 마침내,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서 살아갈 기회를 얻는다.
이 에피소드는 블랙미러 치고는 드물게 희망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기술이 인간을 통제할 수 있지만, 인간성은 여전히 그 위에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6. 가짜 위로와 진짜 자아의 경계
‘Rachel, Jack and Ashley Too’는 세 가지 층위의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레이첼의 외로움과 정체성 탐색, 잭의 책임감과 화해, 애슐리의 자유와 저항. 특히 인형 Ashley Too는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축이자 상징물이다.
기술이 주는 위로는 때때로 유용하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감정’을 대체할 순 없다. 그리고 우리가 소비하는 스타의 이미지도, 결국 누군가의 가면일 뿐이다.
7. 마무리하며: 진짜 목소리는 누가 정하는가?
‘Rachel, Jack and Ashley Too’는 블랙미러 특유의 사회비판보다는, 인간 중심의 이야기로 돌아온 에피소드다. 팝스타의 상품화, AI 감정의 윤리 문제, 10대의 외로움과 성장…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묻는다.
“당신의 감정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우리는 누군가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있는 걸까, 아니면 가공된 환상을 소비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