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이 드라마로 방영된다면, 그건 아직 당신의 인생일까?”
1. 지극히 평범한 직장 여성, 어느 날 ‘악녀’가 되다
조안은 테크 회사의 중간관리자로, 약혼자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동시에 전 남자친구와 몰래 만나고, 직장과 인간관계 속에서 본심을 숨기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느 날 저녁, 그녀는 스트리밍 서비스 Streamberry에서 ‘Joan Is Awful(조안은 끔찍해)’라는 드라마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드라마 속 주인공은 자신이다. 그녀의 하루, 대화, 행동까지 전부 재현되어 있었고, 유명 배우 셀마 헤이엑이 조안을 연기하고 있었다.
2. ‘드라마’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새로운 에피소드가 올라온다. 조안의 삶은 계속해서 ‘더 자극적인 버전’으로 재현되고, 그녀는 점점 대중의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된다. 알고 보니 Streamberry는 가입자의 스마트폰, 메일, 마이크, 위치기록 등을 AI가 수집해 자동으로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조안은 법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플랫폼 가입 시 모든 데이터 사용 및 이미지 활용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3.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윤리다
이 에피소드는 기술이 아닌, 우리가 무심코 넘긴 ‘약관’과 ‘데이터 권리’의 문제를 조명한다. 드라마 속 조안은 현실보다 더 끔찍하고 파괴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Streamberry 측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당신이 가진 가능성 중 가장 드라마틱한 걸 골랐을 뿐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선한 자아를 믿지만, AI는 수많은 기록 속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를 뽑아낸다. 그 결과, 우리가 될 수도 있었던 최악의 자아가 콘텐츠로 소비된다.
4. 가짜 조안, 진짜 조안, 그리고 ‘진짜’ 현실은 어디인가?
조안은 셀마 헤이엑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녀 역시 자신의 얼굴과 몸을 라이선스화했을 뿐이며, 모든 연기는 AI가 합성한 것이라고 말한다. 둘은 함께 Streamberry 본사에 침투해 이 모든 시스템을 중단시키려 한다.
이 과정에서 조안은 스스로가 또 다른 시뮬레이션 속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든 감정, 판단, 사건조차 누군가의 ‘상위 콘텐츠’일 수 있다는 아이러니. 현실은 점점 허구와 분리되지 않는다.
5. 블랙미러, 메타버스 자체를 비튼다
이 에피소드는 단순한 기술 비판을 넘어, 현실감각 자체를 해체한다. 데이터 동의, 딥페이크, AI 생성 콘텐츠, 자아의 소비—all in one. ‘Joan Is Awful’은 플랫폼 사회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상품으로 전락하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자아는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가공된 나’를 보여주고, 공유하며, 조작된 정체성 속에서 살아간다.
6. 마무리하며: 당신의 인생은 누구의 것인가?
조안은 시스템을 부수고 현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현실인지, 또 하나의 드라마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심지어 조안 자신도 알지 못한다.
‘Joan Is Awful’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사회의 축소판이다. 플랫폼은 당신의 일상을 수집하고, 알고리즘은 당신의 욕망을 조합하며, 결국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다’라고 규정한다. 그게 진짜일까? 아니면 가장 자극적인 허상일 뿐일까?
오늘도 우리는 콘텐츠로 자신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이미, ‘당신은 끔찍해’라고 누군가 우리를 정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