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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 S7E2 ‘Loch Henry’ 리뷰 - (우리는 왜 누군가의 고통을 소비하며 즐기는가?)

by 아더사이드 2025. 7. 7.

“우리는 왜 누군가의 고통을 소비하며 즐기는가?”

1. 다큐멘터리 만들러 왔다가, 가족의 진실을 파헤치다

젊은 커플 데이비스와 피아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로크 헨리(Loch Henry)로 내려온다. 데이비스의 고향이자, 그들이 자연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장소였다. 하지만 피아는 지역에 얽힌 과거의 연쇄살인 사건에 관심을 갖고, 이를 중심으로 다큐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그 옛 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말하기를 꺼려한다. 피아는 “우리가 만들 다큐는 자연이 아니라, 이 이야기여야 해”라고 말하며 탐사를 시작한다.

2. 진실은 기록 속에 있다

처음엔 망설이던 데이비스도 결국 카메라를 들게 된다. VHS 테이프, 인터뷰, 뉴스 클립 등 과거의 기록들이 하나씩 연결되며,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놀랍게도, 진짜 범인은 수감된 인물이 아닌 데이비스의 부모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피아는 충격을 받고 이를 밝히려 하지만,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데이비스는 모든 것을 알게 되고, 현실은 완전히 무너진다.

3. 당신은 그 비극을 ‘보는 사람’인가, ‘보여주는 사람’인가

그 후, 데이비스는 피아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완성한다. 제목은 ‘로크 헨리’. 이 다큐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개되자마자 화제가 되고, 데이비스는 시상식에 초대된다. 그는 그 자리에 앉아,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박수치며 감상하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트로피를 든 채 조용히 앉아 있다. 그 장면은 묵직한 침묵으로 끝난다. 그는 과연 피해자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콘텐츠 생산자’인가?

4. 블랙미러가 말하는 ‘컨텐츠의 윤리’

‘Loch Henry’는 범죄 다큐, 실화 기반 콘텐츠의 소비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시청자들은 진실에 관심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자극과 재미에 빠져 있을 뿐이다. 피아는 진실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죽었고, 데이비스는 상실 속에서 자신의 비극을 콘텐츠로 포장해야 했다.

블랙미러는 말한다. 당신은 이 다큐를 보며 감탄하고 있는가? 그럼, 어쩌면 당신도 그 고통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5. 어둡고 조용한 충격, 현실 같은 디스토피아

이 에피소드는 자극적이거나 과장된 연출 없이, 오히려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진행된다. 그래서 더 현실감 있고 섬뜩하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란 걸.

슬픔은 편집되고, 진실은 포장된다. 남겨진 고통은 뒷전이고, 남는 건 조회수와 트로피일 뿐이다.

6. 마무리하며: 기록은 남고, 고통은 반복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데이비스는 호텔방에서 자신이 만든 다큐를 바라본다. 울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묵묵히 그를 응시한다.

이 장면은 질문한다. 우리는 그 다큐를 ‘보는 사람’일까, 아니면 ‘공모자’일까? 남의 고통이 예술이 되고, 콘텐츠가 되는 이 시대에, 블랙미러는 가장 불편한 거울을 들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