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특급 시즌1의 에피소드 "The Wunderkind"는 누가 봐도 정치적 메시지를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아이가 대통령이 되는 이 극단적인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죠. 특히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겪은 미국인들이라면, 이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을 겁니다. 이 에피소드는 유쾌한 듯하지만, 보는 내내 불편함과 씁쓸함이 함께 따라옵니다.
환상특급이 다시 살아난 이유
‘환상특급(Twilight Zone)’이 다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어요. 원작은 고전이고, 시대적인 분위기도 달라졌잖아요. 그런데 조던 필이 총괄 제작자로 참여한 리부트는 생각보다 강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The Wunderkind”는 가장 정치적인 에피소드였고,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직접 겨냥한 듯한 작품이었죠. 이야기는 한때 잘나갔지만 실패한 정치 컨설턴트가 유튜브 스타인 열 살짜리 소년 ‘올리버’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시작됩니다. 어처구니없는 설정인데, 점점 진짜처럼 느껴지는 게 무섭죠. 아이는 귀엽고 말도 잘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할 줄 압니다. 현실 정치에서도 많이 봤던 모습 아닐까요? 에피소드가 전개될수록 ‘이건 농담이 아니구나’ 싶은 순간이 계속 나옵니다. 그리고 결국, 감정에 휘둘리는 대중과,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정치 브로커들이 만들어낸 괴물이 화면에 자리잡죠. 그 결과는? ‘웃기지만 하나도 안 웃긴’ 결말입니다.
The Wunderkind의 줄거리와 의미
"The Wunderkind"는 대놓고 트럼프를 떠올리게 합니다. 인물들의 말투, 미디어 플레이 방식, ‘솔직하다’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전략까지, 거의 트럼프 캠페인의 축소판 같아요. 그런데 이걸 열 살짜리 소년에게 입힌다는 설정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어린 주인공 올리버는 처음엔 사랑받는 유튜버였고, 사람들은 그를 그냥 귀여워했죠. 그런데 점점 올리버는 사람들의 분노를 흡수하고, 자신의 말 한마디로 여론을 뒤바꾸는 힘을 갖게 됩니다. 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괜찮고, 어른스럽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왜냐면 사람들은 ‘말 잘하고 화끈한 사람’을 원하니까요. 작품은 선거라는 시스템이 얼마나 감정과 미디어에 휘둘리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정책이 아니라 이미지, 논리가 아니라 감정이 모든 걸 결정하는 사회. 아이가 대통령이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지금 세상을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 점에서 이 에피소드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입니다.
정치 풍자의 방식과 조던 필의 연출력
조던 필은 공포와 풍자를 기가 막히게 섞는 감독입니다. "Get Out"이나 "Us" 같은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The Wunderkind"에서도 그 특유의 아이러니한 연출이 빛을 발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굉장히 밝고 유쾌하게 시작합니다. 화면은 컬러풀하고, 올리버는 언제나 웃고 있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죠. 하지만 그 분위기는 점점 뒤틀립니다. 가장 무서운 건, 아무도 이 사태를 멈추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정치 컨설턴트는 다시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에 눈이 멀었고, 미디어는 시청률에만 관심이 있고, 국민들은 그냥 재밌으니까 지지합니다. 어쩌면, 올리버는 그저 거울일 뿐입니다. 이 상황을 만든 건 우리 자신이라는 걸, 작품은 끝까지 아무 말 없이 보여줍니다. 결국, "The Wunderkind"는 정치에 대한 풍자라기보다, 대중 심리에 대한 냉소로 보입니다. 우리 모두가 쉽게 휘둘리고, 쉽게 포기하며, 때론 바보 같은 선택을 한다는 것. 조던 필은 그런 이야기를 아이 한 명을 통해 말해버렸고, 그래서 더 강하게 와닿죠.
"The Wunderkind"는 웃긴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끝나고 나면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트럼프 시대의 풍자를 넘어서, 이 에피소드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감정과 이미지에 이끌리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들죠. 환상특급 특유의 기묘하고 날카로운 시선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고, 지금 정치 현실을 보는 데에도 꽤 유효한 거울입니다. 한 번쯤 생각하며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