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25 다시보는 충격 “Not All Men”(환상특급, 분노 바이러스, 젠더)

by 아더사이드 2025. 7. 12.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 2019 리부트 시리즈 중 “Not All Men”은 지금 다시 봐도 상당히 불편하고 도발적인 에피소드다.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갈등을 그리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분노’와 ‘폭력성’이 어떻게 감염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심리실험처럼 보이기도 한다. 2025년, 이 에피소드를 다시 꺼내보면서 느낀 건, 이 작품이 던진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 오히려 지금 더 직설적으로 다가온다.

“이건 그냥 약이 아니야” – 폭력은 퍼지고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하다. 한밤중에 떨어진 운석 조각, 그리고 그 조각을 접한 사람들, 특히 남성들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평소와 달리 과격해지고, 성질을 못 이기고, 결국엔 폭력을 행사한다. 처음엔 무슨 외계 바이러스인가 싶다. 그런데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슬금슬금 깨닫게 된다. 이건 그냥 바이러스 얘기가 아니다. 작중 남자들은 "우리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청자는 안다. 이건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늘 안에 있던 거였다고. 그 ‘내면의 분노’, ‘억눌린 충동’이 폭발할 구실만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운석 조각은 그냥 방아쇠다. 이 에피소드가 불편한 이유는 여기 있다. “이건 우리 안에도 있을 수 있다”는 찝찝한 메시지를 들이민다. 남자든 여자든, 이 작품을 보고 불쾌해지는 건 당연하다. 너무 대놓고 말하니까. 근데 그게 또 효과적이다. 누군가는 “과장됐다” 할지 모르지만, 그 과장이 오히려 이 현실을 정확히 꼬집는다.

“Not All Men”? 그 말이 위험한 이유

에피소드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Not All Men”. 어디서 많이 들은 말 아닌가. 누군가 성차별이나 성폭력 이야기를 꺼내면 꼭 등장하는 말.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잖아.” 작품은 이 문장을 정면으로 비꼰다. 그리고 그 말이 어떻게 문제를 가리는 데 쓰이는지를 보여준다. 극 중 남성들은 처음엔 괜찮다가, 어느 순간 확 무너진다. 그리고 본성이 드러난다. 문제는, 그렇게 된 뒤에도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는 거다. 책임은 흐려지고, 피해자는 침묵당하고, 가해자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이걸 그냥 비유라고만 치부하기 어렵다.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시청자 입장에선, 이 에피소드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바로 이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이다. 젠더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나까지 싸잡지 마”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에피소드를 보고 좀 오래 생각해야 할 거다. 정말 그 말이 지금 필요한 말이었는지, 혹은 그냥 자기방어였는지 말이다.

차라리 무섭지 않아서 더 무서운 에피소드

이 에피소드가 진짜 무서운 건, ‘괴물’이 안 나와서다. 괴물 대신 평범한 회사 동료, 남자친구, 이웃 남자들이 나온다. 평소엔 멀쩡하다가 어느 순간 돌변하는 사람들. 이게 현실과 너무 닮았다. 물론 설정은 과장됐다. 운석의 영향을 받아 폭력적이 된다니,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런데도 공감 가는 이유는, 현실 속 분노도 비슷한 방식으로 퍼진다는 걸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꽤 강렬하다. 주인공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폭력에 물들어야 했던 장면.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야”라는 말을 되새기게 만든다. 그래,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닐지 몰라도, 누가 그런지는 겪어보기 전엔 모른다는 게 더 무섭다. 이 에피소드는 분명 논란을 위한 작품이다. 말 많고 탈 많을 걸 알면서도 만든 작품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불쾌하고,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걸 보고 나면 뭔가 ‘느낌’이 남는다는 거다. 찝찝하든, 화가 나든, 뭔가 남는다. 그게 이 작품의 힘이다.

“Not All Men”은 2019년에 나왔지만, 2025년인 지금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 실험 같기도 하고, 거울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걸 ‘과장된 페미니즘’이라며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게 바로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한 현실이기도 하다. 불편해도, 피하지 말고 한 번쯤 정면으로 마주봐야 할 이야기다.